마과회통 麻科會通
마진(痲疹: 홍역, measles)과 두창(痘瘡: 천연두, smallpox)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기록해 놓은 정약용의 의서(醫書).

정약용이 황해도 곡산의 부사로 부임한 1797년 겨울에 황해감사 이의준(李義駿, 1738~1798)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과회통≫의 초고본이 규장각에서 활자로 간행될 계획이며 교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기록으로 보건대 정약용의 36세 시절 이미 ≪마과회통≫의 초고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마과회통≫의 서문(序文)이 1798년에 쓰인 것으로 보아 편지에서 정약용이 말했던 교정은 대략 1년 간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마과회통≫은 1938년 외현손인 김성원이 편집하고 정인보(鄭寅普, 1893~1950, 호:爲堂), 안재홍(安在鴻, 1891~1965) 등이 교정한 ≪여유당전서≫ 수록본이다. 2007년 한국학자료원에서 인쇄한 ≪여유당전서≫와 1970년 경인문화사에서 간행한 ≪증보 여유당전서≫등에도 수록되어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사자료대계(韓國科學技術史資料大系): 의약학편(醫藥學篇)≫ 36권에 포함되어 있다.

제일 앞부분에는 정약용 자신의 <마과회통서(麻科會通序)>와 <팔편총목제어(八篇總目題語)>을 실었으며, 다음으로는 만전(萬全, 1495~1580, 호:密齋)의 <마진심법서(麻疹心法序)>, 조진미(趙進美, 1620~?)의 <마진휘편서(麻疹彙編序)>, 섭상항(聶尙恒, 1572~?, 자:久吾)의 ≪치진대법(治疹大法跋)≫에 대해 적량(翟良, 1587~1671, 자:玉華)이 쓴 <치진대법발문(治疹大法跋文)>, 장개빈(張介賓, 1563~1640, 자:會卿, 호:景岳ㆍ通一子)의 <마진전서(麻疹詮序)>를 실었다. 마지막 부분에는 <초촬제가성씨서목(抄撮諸家姓氏書目)>, <수편개목(首編開目)>을 수록하였다.
<마과회통서>에서는 자신이 어린 시절 완두창을 앓았을 때 “몽수(蒙叟: 이헌길)”라는 사람이 치료해주어 살아났기에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마진에 관한 책들을 열람하여 그 내용을 유별로 나누어 정연하게 하여 손바닥을 보듯이 편하게 하였다고 회고하였다. 정약용은 2살 때 완두창을 앓았으며, 그 후유증으로 눈썹이 세 갈래로 갈라져 그의 호를 스스로 “삼미자(三眉子)”라고 지었다.
이어서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 수집∙참고하였던 의서들의 서문들을 수록하였다.
<팔편총목제어>에서는 책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본문 ‘8대편(大篇)’의 개략을 써 놓았다.
<초촬제가성씨서목>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의서들의 저자와 서명을 기록한 것으로 63종에 달한다.
<수편개목>은 책의 1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서 ‘개목(開目)’은 ‘제목을 펼친다’는 의미이다. 이 부분은 만전의 쇄금부(碎金賦)(<萬密齋碎金賦>), 옹중인(翁仲仁, ?~?, 명나라 의학자, 자:嘉德)의 변의부(辨疑賦)(<翁仲仁辨疑賦>), 황렴(黃廉, 1034~1092, 호:銅壁山人)의 서강월조(西江月調)(<黃西丘西江月調>), 만전의 증치가괄(證治歌括)(<萬密齋疹毒證治歌括>), 황렴의 증치가괄(證治歌括)(<黃西丘疹毒證治歌括>), 송ㆍ원의 의종서론(醫宗緖論)(<宋元醫宗緒論>), 설기(薛己, 1487∼1559, 명나라, 자:新甫, 호:立齋)의 진치개론(疹治槪論)(<薛立齋疹治㮣言>)으로 구성되었다.
이어서 이 책의 핵심인 ‘8개의 대편(大篇)’으로 이어진다. 8개의 대편은 <원증편(原證篇)>, <인증편(因證篇)>, <변사편(辨似篇)>, <자이편(資異篇)>, <아속편(我俗篇)>, <오견편(吾見篇)>, <합제편(合劑篇)>, <본초편(本草篇)>이다.
<원증편>에서는 “마진”이라는 명칭에 대한 정의, 병의 원인, 오운육기(五運六氣), 치료법, 계절에 따른 치료법, 약을 쓸 때 경계할 일, 맥(脈)으로 헤아리는 법, 날짜와 시기, 처음에 열이 날 때, 발진이 돋아날 때, 위험한 증상으로 돋아나는 발진, 모양과 빛깔, 발진이 거두어짐, 열의 조짐, 남아 있는 병인(病因), 부인(婦人: 임신부의 홍역과 발진에 대한 내용), 금기(禁忌: 홍역에 걸렸을 때 해서는 안 되는 것들) 등에 대해 기록하였다.
<인증편>에서는 땀, 피, 갈증, 음식, 기침과 숨가쁨, 목안과 울대, 구토, 배아픔, 번조와 헛소리, 미친 듯이 날뛰고 경련이 이는 병세, 대소변, 설사, 이질, 감질, 악성 종기, 회충, 별개의 증상 등에 대해 기술하였다.
<변사편>에서는 반진총론(斑疹總論), 상한병의 얼룩점, 급성열성전염병의 얼룩점, 내상으로 인한 얼룩점, 홍역, 두드러기, 단진, 소진(瘙疹), 조두진, 운두진, 부스럼딱지ㆍ뾰루지ㆍ땀띠, 수두의 순서로 비슷한 증상을 구별하는 것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자이편>에서는 천연두(두창)에 대한 내용으로서, 병독의 열, 허증과 실증, 치료법, 구슬진[痘: 水疱疹]이 잘 내돋지 못함, 피가 섞인 땀과 갈증, 기침과 숨참, 목안, 게움, 번조ㆍ헛소리ㆍ경련, 배앓이, 대소변, 곪는 증세, 부풀어 부음, 별개의 증상, 부인, 회충 등을 다루었다.
<아속편>은 한국에서 홍역(마진)이 돌았을 때 사용한 예방법, 증상에 대한 인식, 약물 사용법, 음식의 경계 등과 한국 고유의 의안(醫案: 진료 기록), 각종 학설들을 기록하였다.
<오견편>은 정약용이 자신의 견해를 적은 것으로, 옛날 의사, 평범한 의사, 오운육기, 홍역의 주기년도, 명칭의 분별, 미리 준비함, 증상을 논함, 회충병, 성질이 찬 약, 잡론 등을 다루었다.
<합제편>은 모두 21개의 절로서, 홍역에 사용되는 처방들을 정리하였다.
<본초편>은 약물의 주치를 뽑아서 정리한 것이라고 <팔편총목제어>에 적혀 있지만, 이러한 제목의 편명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후대에 원고를 정리하는 과정에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마과회통≫은 마진과 두창을 치료하기 위한 정약용 개인의 체험을 기록한 저술을 뛰어넘어 당시까지 축적된 질병 치료의 학설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의서이다. 마진의 원인, 증상, 진단, 치료, 처방, 의안 등을 총망라하고 있으며 게다가 인용하고 있는 의서들의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학술적으로도 계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책은 이후에 내용 중 일부를 빼내어 활용도가 높은 ≪마진기방(麻疹奇方)≫, ≪마방통휘(麻方統彙)≫등의 의서로 편집되어 간행되기도 할 만큼 후대에 미친 영향이 크다. 현재 ≪마과회통≫은 한국 전염병사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서로 꼽힌다.

(김남일)